어제(아니 이젠 이틀전인가..)정말 우연찮게 튼 TV에서 음악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잠시 지켜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요즘 인기다 못해 열풍에 가까운 원더걸스의 텔미와 만난 인순이. 인순이는 텔미를 누르고 '거위의 꿈'으로 뮤직뱅크 1위에 등극했다. 누가 이런 장면을 상상이나 했을까..
인순이는 자신의 노래가 없는 가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노래는 알려지지 못한 가수다. 그녀는 언제나 다른이의 노래를 한다. 정말 정열적으로..
'거위의 꿈' 역시 이적과 김동률의 카니발. 그들의 노래다. 내 또래의, 아니 20대 중반 정도만 되더라도 많은 이들이 아는 노래다. 카니발은 '그땐 그랬지'를 유행시켰으나, 그들의 앨범에 버릴 노래는 없었고, 많은 노래가 노래방에 등록되어 사람들의 입에 불리워졌으니까.. 거위의 꿈 역시 그런 넘버의 노래. 하지만 역시 지금 10대의 아이들은 인순이로 인해 '거위의 꿈'을 인식했겠지.
거기에 불만은 없다. 세상의 이치이자,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과거 '가시나무'를 조성모의 노래로, '달리기'를 SES의 노래로 인식한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반기는 주의다. '거위의 꿈'이 전성기를 맞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그것도 인순이 같은 보컬리스트라면 말이지. 카니발의 그들이 선뜻 곡을 줬다고 할 정도니..
그보다는.. 인순이라는 보컬이 '거위의 꿈'이라는 넘버를 만나 세상에 빛을 발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 희자매로서 한때를 풍미했던 그녀는.. 솔로로서는 지지리도 복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노래중에서는.. 세상이 받아주는 넘버가 없었다. 아쉽게도 말이지.. 그 보컬이 드디어 주목받는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내 눈에는 인순이로 인해 되살아난 '거위의 꿈'보다 거위의 꿈으로 인정받는 '인순이'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많은 이들이 '거위의 꿈'을 인순이의 노래라고 알아도 좋다. 그녀가 더 성공하고 더 알려졌으면 한다. 정말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노래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