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련한 추억의 서울극장.
지난주였죠. 맥스무비를 통해서 진행된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오늘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VIP 시사회에 이어, 오늘이 일반 시사회로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 환경의 열악함에 사진이 추악한건 양해를. 3200 처음 써봤습니다. 답 안나오더군요. ㅡ_ㅜ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깜짝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사실 극장앞에 밴이 하나 서 있길래 살짝 예상은 했지만 우르르 몰려나오니..
것도 제가 앉은 자리의 특성상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모습들을 코앞에서 보니 조금은 당황스럽더군요. ^^;;
영화 '이끼'는 윤태호 원작의 만화(다음 웹툰에 연재)를 극화한 것으로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많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죠.
윤태호 작가의 연출이 워낙 뛰어났던고로.. 강우석 감독의 영화화에 달갑지 않아하는 시선도 많았지요.
솔직히 저도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의 스타일.. 이라는게 있으니까요.
이런 시선에 강우석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유명 작품, 등에 땀이 흐르게 하는 숨막히는 연출.
강우석 감독은 숨막히는 연출과 스토리 구성을 포기합니다.
강하게 모든 것을 먼저 밝히고 당당하게 들어오죠.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고 흘러갑니다.
대신 강우석 감독은 빠른 스토리 전개와 좋은 배우들을 선택합니다.
이쯤에서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영화 '이끼'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잘 뽑아낸 연출과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재미가 아닌, 훌륭한 원작과 살아 숨쉬는 배우들이 영화를 흥미롭게 합니다.
이야기를 쉴 틈 없이 몰아침으로서 영화의 흥미를 이어가는거죠.
그리고 거기에는 배우 '유해진'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박해일(유해국)도, 어찌보면 이끼의 진정한 주인일지도 모르는 정재영(천용덕)도 아닌.. 왜 '유해진(김덕천)' 이냐구요?
영화 '이끼'에서 원작과 가장 차별성(?)을 두는 캐릭터, 그리고 영화를 살리는 캐릭터가 바로 유해진(김덕천)입니다.
이 멍청해 보이는 이장 꼬봉 역할의 캐릭터가.. 왜 중요하냐면..
원작을 보신 분들은 조금 생각해보신다면 알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장면들에 존재했던 캐릭터가 바로 김덕천입니다.
유해진은 이 김덕천이라는 캐릭터들 멋들어지게 연기합니다.
특히 사건해결의 핵심이 되는 장면에서의 연기, 그 표정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아깝지만 혜수 누나 반할만하네요.. -ㅂ-;;
김덕천이라는 캐릭터는 작은 장면 하나하나를 살려내고 영화 전체의 코믹요소도 책임집니다.
처음부터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원작 느낌과는 조금 다른데..? 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는데..
영화가 끝나고나니 그것이 강우석 감독의 좋은 선택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우석 감독은 김덕천이라는 캐릭터를 살림으로서 영화의 재미를 끝까지 이어가는데 성공합니다. (주관적입니다. 각자 판단하시길.)
아, 유준상(박민욱)도 한 몫 합니다. 이쪽은 캐릭터가 잘 들어맞은 케이스.
주인공 박해일(유해국)은 사실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게 좋게 작용을 합니다.
박해일이 눈에 띄려면 좀 더 치열한 머리싸움을 보여줘야 하고 원작과 같은 연출이 필요하죠.
강우석 감독은 이걸 어설프게 표현하려 드느니 아예 접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박해일이라는 배우는 적절하게 작용했습니다.
원작 이끼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천용덕 이장역에 정재영이라는 캐스팅은 솔직히 조금 의하했습니다.
천용덕은 굉장히 강한 인상의 캐릭터인데 정재영은 그렇지 않죠.
하지만 영화에서 정재영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사실 배우로서는 부담이 큰 캐릭터인데.. 전 이정도면 잘했다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오히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밟혔던 캐릭터는 이영자역의 유선이었습니다.
김덕천에 이어 이 역시 원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캐릭터인데.. 제가 보기엔 영화에서 가장 못 살려낸 캐릭터가 아닌가 싶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생각을 해보자면..
강우석 감독은 캐스팅에 성공했고, 그 배우들은 각자 멋진 연기와 적절한 상호작용을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한편에서는 강우석 감독 최고의 영화다.. 하는 이야기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영화 '이끼'에 '최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진 않습니다.
그보단 살리고 죽일 것을 적당히 잘 버무린 영화.. 그 부분에서 감독의 적절한 판단에는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강우석 감독답게.. '흥행'영화는 될 것 같네요. 재미 있습니다. ^^
아, 하나만 더 사족을 달자면,
강우석 감독의 특징은 결국 마지막에 나옵니다.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과의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 윤태호 원작 '이끼' :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list/ikki
* 영화 '이끼' 홈페이지 : http://www.moss0715.co.kr/
* 추가.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배경이 된 마을이었습니다.
다른 조건들은 전부 충족했지만.. 세상과 단절된.. 그 입구를 살려내지 못했지요.
이끼 배경 중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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