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람.. 입니다. 결국 오늘 아무것도 안한채.. 하루종일 붙잡고 완결까지 다 읽어버렸군요.. 한두번 본 작품도 아닌데 말이죠. ^^;
여러가지 만화책이 있습니다. 정말 잘 그린.. 정말 멋진 스토리.. 너무나도 재미있는.. 그런 만화들.. 좋은사람은 그런 만화는 아닙니다. 물론 상당히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요.
하지만.. 언제고 심신이 지쳐있을때.. 한번씩 꼭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입니다.
좋은사람.. 이 만화가 저에게 각별한 이유는.. 표현하긴 어렵겠지만.. 아마도.. 한때 저에게 꿈을 주었던 작품이기 때문일겁니다.
네.. '좋은사람'이 되고팠던 때가 있더랬습니다.
이 작품이 나온 시기는.. 국내에 대여점이 성행하고, 폭력만화와 엽기만화들이 판을 치던 시기였습니다. 그 유명하신 김화백님의 럭키짱이 정말 짱먹던 시기이죠. 나름대로 오래동안 만화를 보아온 저는.. 이미 그런 부류의 만화들에 지쳐있었습니다. 그때.. 바로 이 작품.. 좋은사람이 나온거지요.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폭력이 아니면 먹히지 않던 시장에 뜬금없이 좋은사람이라니요..
작품의 내용은 정말이지 '좋은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대형 스포츠메이커에 들어간 청년(=좋은사람)이 꿈을 찾아가는, 아니.. 주위 사람들과 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정도 될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완벽한 '거짓부렁'이라 볼 수 있을겁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죠. ^^; 하지만! 만화지 않습니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족한겁니다.
이책을 본 후.. 바로 전권을 구입했었고.. '그래, 좋은사람이 되자' 라는 생각을 가졌더랬습니다. 정말 그러고 싶었구요.
작품상의 주인공인 유지를 닮자.. 라는게 아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사람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가 가깝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렇게 살기 위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뭘 어떻게 했느냐..? 물어보신다면 대답할 말은 없습니다. 항상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진채 살았다고나 할까요?
지금와서 돌아보면... 얼마나 그것을 이루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때나마.. 어느정도는 좋은사람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던 시절도 솔직히 있습니다만..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세상풍파에 시달리며.. 지나온 지금에 와서 본다면.. 자신있게 그리 말하지는 못하겠군요. ^^;;
하지만 이 작품은 계속해서 찾게 됩니다. 처음만큼의 감동도 없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라고 생각하던 고민도 이제는 없습니다.
사실 당시의 시기는.. 한쪽으로 치우쳐진 만화계가 문제이기 보단.. 내 자신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차 어려워하던 부분들이 더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때 나에게 힘을 주었던 작품.. 세월이 지나도..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일이 생길때쯤.. 이 책은 나를 잡아주곤 합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제 이 책에 그정도의 힘과 효력은 없습니다. 약발이 이젠 안 먹힌다고나 할까요? 훗..
하지만.. 어릴적에 바다를 좋아할때는.. 바다에 가면 시원하고.. 모든 고민 던져버리고.. 풀어버릴 수 있어서 좋다.. 라고 했더랬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가 깨달은 것은.. 드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고민하고.. 외친다 한들.. 변하는건 없고, 내 걱정 근심들을 바다가 떠 안아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지금도 바다를 좋아합니다. 바다는..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어.. 내가 갈때 그 곳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좋은사람'이라는 이 작품도 제겐 그와 비슷한 존재인 듯 합니다. 그저 힘들고 지칠때.. 한번쯤 돌아보고 웃고.. 옛 추억들을 되새김질 해보는 그런 역할이죠.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이며.. 수십번도 더 본 '슬램덩크'조차 가지지 못한.. 저에겐 특별한.. 그런 것이죠.
각 권의 뒷면에는 그 책에 출연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마지막 두권에는 저렇게 그득~한 인물들로 가득하죠. 전권의 출연진입니다.
이제는 '좋은사람'이 되겠다.. 라는 의지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쁜사람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정도 세상과 타협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