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난영화라는 소재를 매우 좋아하기때문에 많이 기대를 했던 편이었고..
개봉 후 수많은 평에 좀 시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달려갔습니다.
어지간하면 그냥 봐주겠는데..
이건 뭐랄까..
너무나 티나는 설정이나 연출에 혀를 찰 수밖에 없는, 그런 영화로 제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재난영화임을 상실하고 SF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우주선'에 대한 언급이 아닙니다.
영화의 두 맥 중 하나인 잭슨이 가족을 데리고 무너지는 도시를 탈출해 나가는 장면에서였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CG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너무 절대절명의 타이밍을 지속해 나가는 것(항상 그의 바로 뒤는 무너지고 앞에는 장애물이었죠.)이 마치 SF영화들의 폭발지에서의 탈출하는 비행선의 그것을 보는 듯 해서 눈쌀이 찌푸려지더군요.
물론 재난 영화에 그런 장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그 설정이 과해 오히려 영화의 사실감을 죽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두번째는 대놓고 성서에 나오는 '방주' 패러디.
잭슨의 아들이 노아인 것은 물론이요, 영화상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동물들의 선별, 마지막 우주선이 사실은 '방주'였다는 설정까지..
종교의 무언가를 따오는 걸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쎄요.. 지나치게 의도한 티를 냈다고나 할까요?
보는 내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세번째는 역시 대놓고 '타이타닉'을 노린듯한 장면들.
똑같다고 할 만큼 들어가진 않지만, 그 조짐만으로 충분히 '노림수'였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다수 존재했습니다.
물론 그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이 좋은 의도로 보이기보단 '타이타닉'을 통해 확인된 감성 코드를 이용해 관객의 감성을 움직이려 하는 부분으로 느껴지는게 영 불편했지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볼때 절대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소재는 괜찮았지만, 연출이나 스토리 구성이나 전반적으로 그걸 살리지 못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